“여기는 구청인데요, 중국 동포 쉼터 거소 관련 문의드립니다.”, “국공립 병원인데요, 러시아 동포분이신데 노숙을 하셨어요. ...”, “경찰서인데요, 갈 곳이 없는 외국 분이 계신데, ...” , “사회복지센터인데요, 여기 동포분이 사정이 딱하셔서, ...”
이와 같이, 여러 일선기관으로부터 이주민 거소 관련 문의는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쉼터를 필요로 하는 요청 중 다수가 동포들, 특히 중고령화된 중국동포들이었고, 이들은 거주지가 없어서 노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2007년 방문취업제가 시행된 이후로 외국 국적 동포들 - 대다수 중국 국적 동포 -의 한국 입국이 증가하였습니다. 2018년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에 따르면, 전체 체류 외국인 중 37.6%(872,716 명)가 외국국적 동포입니다. 체류 외국인 중 50대 이상이 25%이고, 외국 국적 동포의 체류 자격 (H-2, F-4, F-5) 을 가진 취업자 평균 연령은 45세 이상입니다.(한국고용정보원, 2017). 이처럼, 입국을 하거나, 장기 체류한 외국국적 동포들의 연령이 중고령화 되고 있습니다.
일용 노무직에 종사하던 H 씨가 갑자기 병에 걸렸습니다. 일을 하지 못하니, 고시원비는 밀리고 내쫓길 상황에 놓입니다. 친인척이나 주변의 지인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쉽지 않아, 결국 노숙을 선택하게 됩니다. 노숙 생활은 녹록지 않습니다. 본인의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비롯한 신분증과 휴대폰 등의 물건을 분실하게 됩니다. 때로는, 다른 노숙인과의 다툼에 병원에 실려가고, 때로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구청이나 경찰서로 이송되고, 때로는 사회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이후, 일선 현장에서는 노숙인 쉼터 등으로 연락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외국인이므로 노숙인 쉼터를 이용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되지요. 결국, 수소문 끝에 서울 외국인 노동자센터의 쉼터로 전화를 합니다.
긴급한 이주민들의 요청을 지나칠 수 없어서, 올해 초부터 노숙을 하던 이주노동자, 동포들이 저희 쉼터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인터뷰를 한 이주민은 다 모실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오랜 노숙 생활 동안 음주 문제나 정신적 문제를 가지신 분들이나, 활동 보조가 필요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함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대사관이나 일선 단체와 협의를 통해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송환하거나, 거소 가능한 시설을 찾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들에겐 쉴 장소를 넘어 정신적, 육체적 돌봄을 제공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쉼터에 이주민, 난민들과 더불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동포들을 모셨지만, 이 삶 또한 평탄치 못했습니다. 세대차나 문화차에 의해 거소자들과 다툼을 벌이거나, 다시 술을 먹는 등의 예전 습관을 찾은 분들이 신분증을 재발급 받을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쉼터를 떠났습니다. 당사자들도 실망을 하였겠지만, 저희 센터의 마음도 편치 못했습니다. 노숙 이주민을 받기 이전에 좀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고민 속에 거소 요청을 미루던 차, 동작구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분은 확실히 다시 서시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 문제가 생길 시 본인들이 책임지겠다” 란 담당자의 말을 믿고, 중국 동포 H 씨와 지난 8월부터 함께 생활을 하였지요. 쉼터 관리에 솔선수범하며 지내며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재발급 받았고, 운동을 하는 등의 부지런한 생활태도를 보이다 3일 전에 새 직장을 찾아 쉼터를 떠났습니다.
“이런 쉼터가 있는 줄 알았다면, 노숙을 선택하지 않았을거다. 이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한다”
란 H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우리 센터만은 아닐 겁니다. 정부가 부족한 노동력을 수급하기 위해, 외국 국적 동포들을 대상으로 방문취업제를 실시하여 자유롭게 한국에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이후 이들의 정주화를 위해 재외 동포 자격과 영주 자격을 확대시키는 등의 법적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면, 이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삶의 조건들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직장에서 마련해준 기숙사나 고시원과 같은 달방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휴직은 곧, 노숙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고령화된 이주노동자에게 그 상황은 더 가혹하겠지요. 이들이 힘든 시기를 버티어 다시 사회로 통합하기 위해 우리는 품을 내주어야 합니다. 정부는 외국인이 노숙생활로 피폐해져 치료가 필요할 때에, 그들에게도 노숙인 쉼터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그보다 이전에, 이주노동자가 휴직 기간에 머물수 있는 쉼터가 더 많아져야 하겠지요. 단순히,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짜내기 위한 제도가 아닌, 이주노동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의 역사가 30년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이주노동자의 특성 - 연령별, 국가별 등 - 이 반영된 정책들이 존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날까지, 저희 센터의 쉼터는 품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비록 좁지만, 너른 마음을 담은 이주노동자들의 쉼터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