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에 난민 신청 기간에 저희 쉼터에서 머물렀던 H 씨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기대했건만, 근황으로 회사로 부터 월급을 받지 못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올 해 3월부터 일을 시작한 직장에서, 4월달 월급을 6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나눠서 지급받았습니다. 5월과 6월 월급은 받지 못했구요. 거기다, 6월 마지막 주 한주는 H 씨와 협의 없이 회사가 무급휴가를 주었습니다. H씨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가보겠노라 이야기할 때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묵살되던 휴가를 받으며, 회사가 두려워졌습니다. H는 처음 직장에 들어올 때 퇴직을 한 같은 고향 출신 노동자를 떠올리며 그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에게서 “자신이 퇴사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 월급을 받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은 생존권과 결부됩니다. 2014년, 가장의 실직이 가져온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보여주듯, 임금체불도 실직과 같이 생계와 연결되어있습니다. 더욱이 난민이라는 신분이 주는 불안함 위에 타국 생활 첫 직장에서 임금체불이라니, 그의 마음 밭은 어떠했을까요? 그의 마음이 전화기를 넘어 저희에게 전해졌고, 그의 상황을 정리하여 우리가 대신 사업주와 이야기를 하겠노라 사업장에 전화를 했습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요, 다른 이주노동자들 월급도 밀린 상황입니다. 언제 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라고 회사는 대답합니다. “회사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월급이 미뤄진다. 언제까지 월급을 주겠다고 설명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아이, 기다리면 되지, 돈 쓸 데가 어디 있다고 기숙사에 지내면서 기다리면 되잖아요.”라는 회사의 답이 돌아옵니다.
임금체불 문제로 사업주와 전화를 할 때마다 위와 같은 형태의 대답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미안하단 말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월급이 지연되는 것을 당연시 생각하며 이러한 대답에 한 마디를 더하곤 하지요. “아, 정말 H씨, 자식같이 생각했는데 그것도 못 참고 말이야.”라는 대답입니다. 자식같이 돌봐주던 노동자를 집이 아닌 컨테이너 박스에 거주하게 하면서 10만 원 이상의 기숙사비를 받겠습니까? 1년 이상 계약에서나 인턴 기간을 정할 수 있고, 그 기간에도 최저임금의 90%에 준하는 월급을 주셔야 하는데, 자식같은 H 씨는 6개월짜리 계약에 시간당 7천 원을 받으며 3달을 일해야 합니까?
회사와의 통화 후, 내용을 H 씨에 전했습니다. H 씨는 더 이상 회사에 못 있겠다며 퇴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센터가 이러한 사정을 회사에 알리고 나머지 월급을 해결 해주십사 하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퇴직서를 쓰는 과정에서 H 씨가 사진을 찍어 서류를 보냈습니다. 퇴직 사유에 '건강상 이유'라는 문구가 적혀있더군요. 그는 우리에게 이 사유의 내용을 묻고는, 그 같은 이유면 승복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장님, H 씨가 건강상 이유 때문에 퇴직을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전에 말씀드린 바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이 계속돼서 회사를 그만두는 겁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니, 절대 “체불”은 아니랍니다. 다만 임금“지연”일뿐이라더군요.
근로 기준법상, 임금은 노동자에게 직접, 전액을, 매월 일정한 날짜를 정해서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임금체불이라 합니다. 자기만의 근로 기준법을 가지신 사장님께서 서류에 ‘임금 지연’이라 적으셨지만 해당 행위가 무엇인지 우리는 압니다. 또한 약속하신 6월 25일까지 월급을 지급하지 않으셨기에 퇴직 후 14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에, 회사에 다시 한번 H 씨의 임금 받을 권리를 독촉하고 이가 지켜지지 않을 시 말씀하시던대로 법대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임금 지연이 아니라, 임금 체불 문제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