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쉼터 입소자 대상으로 한 두 번째 한국어 교실을 준비하며 처음 이주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한국어 교실을 위해 준비라고는 멍석만 깔아놓은 상황에서 선생님의 기지와 열정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셨습니다. 오늘까지 세 차례나 한국어 수업을 마무리 지어 주신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 소개 좀 해주실수 있으실까요?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박사 과정에서 사회 언어학과 언어 정책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위한 언어 정책(언어 인권, 언어 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저희와 함께 하시기 전에 이주민과 난민을 만나본 적이 있으세요?
전공이 한국어 교육이다 보니 전공 수업을 들을 때부터 여러 국가의 유학생들을 만났고, 한국어 교육이나 교육 봉사, 이주민이 많은 회사에서 일을 하며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가족과 떨어진 낯선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모든 생활을 한다는 것이 너무 대단해 보이기도 하면서, 늘 소수자로 위치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요. 그러나 인권 문제가 주로 논해지는 대상인 E-9 체류자격의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민, 난민은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들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저희 센터와는 어떻게 만나시게 되었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한국 사회 내 소수자를 돕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를 교육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 과정 가운데 봉사할 여건이 주어져서, 봉사 활동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올린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글만 읽었는데도 이주민을 위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러한 기관에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구가 기억나네요,
‘기다림이 직업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한국어 교실로 함께해 주실 봉사자분들이 계신다면, 이는 단순히 한국어 교실을 넘어 이주민과 난민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봉사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 전에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마실 음료수, 과자를 준비해 놓고, 집을 청소해 놓고, 봉사자 선생님들을 기다립니다. 항상 집에서 샴푸 냄새, 향기가 났습니다. 그들이 저를 기다려주어 고맙고 가끔은 뭉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수업 외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이야기해주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난민들에게 왜 난민 신청을 했는지, 고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실례라고 들어서, 일부러 물어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하루, 이틀 정도만 만나면 자신들이 쉼터에 들어오기까지 겪은 모든 일들, 현 본국의 상황, 지금 처해있는 상황 등에 대해 저에게 말해줍니다. 한국어 교사인 제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그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는데도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들은 저에게 세상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요.
- 이주민 난민 한국어 교육에 대해 덧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주민들의 노동 환경상, 한국에 입국을 한 후 규칙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기가 어려우며, 스스로 학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들을 위한 언어 교육 정책을 만들 때 이와 같은 상황적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주민, 노동자를 위한 교재가 부족하며, 특히 소수언어(아랍어 등)로 된 교재는 거의 없습니다. 다양한 언어권의 학습자를 위한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도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어 선생님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며, 동시에 이주민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는 한국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 전달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게끔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주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도 해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 봉사에서 선생님이 만난 이주민 난민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평범하게, 그렇지만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존재였습니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 한없이 재미있고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지인이고 좋은 친구이며 좋은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오기까지의 이야기,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 끝으로 서울센터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한말씀 해주시지요
쉼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의미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간단하게는 문화체험 등의 행사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주희 선생님이 더 귀중한 말씀을 많이 나눠주셨는데, 지면상 다 담지 못했습니다. 그가운데, 소개해준 이야기 하나가 가슴에 남습니다.
선생님이 아는 분이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망이 있는 학과라 졸업한 후에 국내 대기업에 충분히 취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분은 한국에 오래 머무셨고, 앞으로도 더 오래 머무실 예정인데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 없다고 하신답니다. 그분의 환경에서는 영어만 사용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선생님이 가르치던 H 씨는 난민으로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그도 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이었습니다. 영어권 국가가 아님에도 영어 사용에 능숙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외국인 지인과 달리 그는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그가 일해야 하는 단순노무직에서 한국어를 말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공장 일에 대화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나 한국인 동료의 한국어를 들어야 하기에 한국어가 필요합니다.
같은 외국인 인데, 둘 다 총명한 젊은이인데, 한국어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한국은 다른 사회로 비춰집니다. 이곳에 체류하는 조건이 사람이라는 공통점은 개의치 않고 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서로 다른 외국인등록증에 따라 한 명은 꿈을 쫓고, 한 명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